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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얘기

1종대형면허 합격수기

 

올해 들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입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육군보다 대우와 근무환경이 훨씬 좋다는 의경에 합격한 친구의 권유로 나도 지원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의경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 나는 경찰대원들을 수송하는 대형특기에 지원하기로 했다.

단, 1종대형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단 것. 그리고 예전부터 버스를 운전해보고 싶기도해 시험보게 되었다.

 

대형면허를 따기 위해 모두 6차례의 도전을 했다.

이 글을 우연히 보실 1종대형 도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수기를 쓰기로 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지워버려 이것으로 대체함.)

 

내가 간 곳은 노원역에 위치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다. 여섯 번 모두 이곳에서 시험을 보았다.

말 그대로 시험장이기 때문에 시험만 딱 친다. 운전연습? 그런 거없다.

시험장에서 합격할 생각이라면 도전횟수가 곧 연습횟수이고 직접 몰아봐서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는 유용한 경험 되시겠다.

다만 운전학원을 다니면 한번에 합격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40만원 이상의 높은 수강료에 재시험비는 1회당 무려 5만원대이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 산하 시험장에선 1회당 17,000원. 이것도 누적이 되면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지만 열번 시험봐도 모두 17만원. 답은 국가공인 면허시험장이다. '그냥 17,000원 내고 버스 한번 몰아본다'고 생각하면 조금 편할 것이다.

운전이 체질에 맞다면 대개 3~4번만에 붙고, 보통이면 6번내로 붙는다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합격한 날은 14번째 도전하신 아저씨도 계셨고, 다른 곳에선 2년만에 취득했다는 사람도 있다는 걸보니 case by case인 듯하다. 케바케.

 

한가지 재밌는 점은 30년경력 베테랑이라고해도 대형시험을 보는 건 운전초보든 고수든 둘 다 처음으로 버스를 몰아본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버스는 wheelbase와 F/R overhang이 길고 전륜이 운전석 뒤에 위치해있어 오히려 승용/승합차운전에 오래도록 익숙한 베테랑들이 더 불리할 수 있기때문. 물론 앞서 말했듯이 운전에 기량있는 체질이면 금방 합격할 수도... 이건 자기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간다.--

 

대형면허 시험순서는 다음과 같다.

[시작]-횡단보도-경사로-굴절-곡선(S자)-방향전환(T자)-철길건널목-기어변속-평행주차-[종료]

 

각 코스 통과요령에 대한 공식을 일일이 적는 것은 너무 길어 링크로 대체한다. 매우 상세하니 참고바람.

http://ymakko800208.blog.me/220030979831

이걸 진작에 봤었더라면 돈도 아끼고 더 좋았으련만... 필자는 이 글을 보고나서 시험을 치니 바로 합격했다. 대형면허에 관한 정보를 유독 찾기 힘들었던 도봉시험장에 관한 정보라 유익했다.

 

 

그래서 나는 1~6번째 시험을 본 동안 내 느낌과 후기를 아래에 적으려한다.

 

《《170103 첫번째 도전》》

거의 광탈에 가깝다.

왜냐고요? 처음으로 버스운전석에 앉아봤으니까. 물론 누구나 다하는 긴장도 많이 했다.

시험장에서는 2단출발을 권장하는데 필자는 면허카페 사람이 1단출발을 했다고 쓴 글을 보고, '버스는 무거우니 둔하게 나가겠지'하고 부족한 생각을 해서 낭패를 봤다.

막상 시험장에 가보니 나만 1단 출발했었음.. 그래서 두번째부터는 2단넣고 다녔다.

1종보통따고 나서 1년만에 처음으로 수동차를 몰아보니 참 어색했다. 게다가 버스는 클러치 감이 굉장히 둔해서 1종보통딸 때 모는 트럭(포터)과는 감이 매우 다르다. 포터는 클러치를 살짝만 올려도 차가 슬금슬금 움직이는데 버스는 거의 다 떼다시피해야 그제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버스는 무거우니 둔하게 나간다?" 응, 아니야! 아주 그냥 클러치 조작미숙으로 꿀렁꿀렁하니 내 등허리를 훅훅 밀어줬다.

버스의 마력을 생각하지 못한거다..ㅋㅋㅋ 직접 몰아봐야 아하!하고 어느 정도 깨닫지.

여하튼 정신없는 출발을 하고, 횡단보도 정지선에 닿기 전 先클러치後브레이크로 잘 섰다. 여기서 2차 당황. 뭣때문일까?

대부분의 버스는 에어 브레이크를 차용하고 있다. (카운티같은 미니버스 제외)

무거운 차체중량에 많은 인원을 싣고 다니기에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필수! 그러니 매우매우매우매우 잘 선다! 팍!팍!

참고로 집 자동차는 A/T 세단이다. 브레이크는 당연히 유압. 유압과 공기는 밟는 감이 꽤 다르다. 세단처럼 밟았다가 혼났다.

 

다시 출발해 경사로에 진입했다.

아뿔싸! 정지선에 다 와서 브레이크를 먼저 밟아버렸네? 꿀렁꿀렁드륵드륵... 잘못된 조작으로 당연한 차량의 반응.

늦게나마 클러치 밟았지만 경사로 정지위치 초과. 실격.

A/T 세단만 운전한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이다. 클러치를 순간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170113 두번째 도전》》

2단 출발했다. 확실히 출발이 부드럽다. 1종보통 딸 때도 2단 출발했었거늘....

어찌됐든 이번엔 경사로에서 정지선 닿기 전에 잘 멈췄다. 속으로 3초를 센 뒤 브레이크 밟은 채 클러치 떼면서 차량의 진동을 느꼈다. 진동이 온 것 같다!싶어 바로 엑셀을 밟아주고, 클러치를 더 떼니 언덕을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부드럽게 언덕을 넘어간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최신 버스라고 2단으로도 시험장 경사로를 잘 넘어간다는 글을 읽고, 변속과정 없이 세번째 시험때 그대로 했다가 또 낭패를 봤다. 뒤로 밀렸음. -_-; 두번째 시험 때는 어찌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다. 물론 2단으로 못넘어갈 정도의 경사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내가 버스운전 새내기였으므로...

좌측으로 꺾이는 커브를 잘 지나 굴절코스에 진입. ㄱ,ㄴ처럼 생긴 코스를 말한다. 여기서 검지선을 여러번 밟아 점수미달 탈락했다.

참고로 1종대형 합격점수 컷은 80점이다. 현행 1종보통/2종보다 합격 컷이 높다.

남들은 굴절코스에서 왼쪽으로 차를 돌릴 때 우측전륜이 검지선에 닿아 점수가 깎이는데 나는 그 반대로 좌측후륜이 검지선에 닿으려해 여러차례 수정하고, 차체가 굴절코스를 빠져나올 때쯤 이행시간 초과로 탈락했다. 굉장히 웃긴 경우다.

왜 그랬을까? 면허카페의 합격수기를 보면 적잖은 글이 자신의 신체를 기준으로 차를 조작했다는 글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필자도 그렇게 따라했다가 또 낭패를 봤다.

이 방법은 나와 전혀 맞지않음을 깨닫고 제대로 된 공식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버스의 운전석창문과 앞출입문의 뒷선을 기준으로 때에 맞춰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것!

 

《《170126 세번째 도전》》

거의 2주 뒤에 시험을 쳤다. 원래는 3일 뒤 재시험이 가능한데 사유가 있었다. 굳이 언급하진 않겠음.

일단 나는 이 날 시험장에 지각했었다. 재빨리 헥헥대며 달려갔으나 하필 수험번호가 1번. '헐! 망함!!'

경사로에서 뒤로 밀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바로 밟아버려 시동꺼짐. 원래 버스는 마력때문에 시동이 잘 안꺼진다카더라. 버스를 이긴남자 EDORY.

여기서만 20이 감점되어 80점이 되었음. 사실 언덕에서 2단으로는 클러치를 서서히 떼면서 진동을 느끼기엔 꽤 미약했기에 '대충 이정도 떼면 많이 뗐음!'하고 엑셀밟는 순간 차가 밀렸던 것이다. 한 마디로 클러치가 동력부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 그래서 세번째부턴 거친 출발이 될지언정 언덕에서만 1단으로 변속해 안전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두번째와 마찬가지로 검지선을 한번 밟았다. 5점깎여 75로 탈락. 이제서야 사이드미러로 보는 앞바퀴 시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출발하고 멈추는 것 자체에만 상당한 신경을 썼기 때문.

 

《《170203 네번째 도전》》

'제발 굴절만이라도 통과하자'란 심정으로 시험에 임했다.

경사로에선 RPM계기를 보고 클러치 서서히 떼며 바늘이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엑셀을 콱 밟아 거칠었지만 안전하게 잘 넘어갔다. 어떻게든 감점없이 넘어가는게 중요하므로!

역시나 굴절코스엔 내 점수를 갉아먹는 귀신이 있었나보다. (핑계)

여기저기 검지선 콕콕 밟아주며 80으로 굴절을 통과하였다. 그리고나선 정말 신기하게도(!!) S자, T자, 기어변속 등 전부 감점없이 주행했다. 모두 처음해보는 코스였다만... 게다가 많이들 탈락하는 구간인 T자 나와서 바로 있는 마(魔)의 3개 우회전구간을 공식을 적용해 커브를 도니 문제 없었다. 물론 우측 거울보며 뒷바퀴가 연석을 타는지 아닌지는 꼭 보았음. 바퀴가 연석에 올라타면 점수 상관없이 무조건 실격이라 상당한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면 나는 문제 없이 잘 주행했는데 왜 탈락했느냐?

전체 시험시간 13분41초를 초과해 1점깎여 79가 되었기때문. 엑셀을 설렁설렁 밟으며 15km/h이하로만 다녔더니 발생한 결과다.

평행주차하기 바로 직전 '거의 U턴에 가까운 우회전'을 하기 전에 탈락.

 

《《170207 다섯번째 도전》》

굴절에선 감점이 없었으나 남들은 다 쉽다는 S자에서 무려 3번이나 탈선해 85점으로 주행. 90점이면 평행주차할 때 엉덩이만 넣고나오면 80으로 합격하지만 85는 반드시 평행주차를 해야 합격이 가능하다.

네번째 때 말한 마의 3개 우회전구간의 마지막 우회전할 때 뒷바퀴가 연석에 스쳐버려(!!) 감독관이 이걸 보고 바로 실격시켜 버렸다.

올라탄 것도, 스친 것도 모두 실격이라고 한다. 이 때는 장내에서 20km/h를 초과하지 않을만큼 빠르게 다녀 시간여유가 있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정확한 탈락이유는 내가 우회전 공식을 빨리 적용해 버렸기에 우측 후륜이 연석에 스친 것이다.

또 17,000원을 내고 시험봐야한다...-_-;

 

 

《《170213 여섯번째 도전》》

대망의 합격날!

이번에는 모든 코스와 구간에서 감점없이 100으로 주행하다 맨마지막 평행주차코스에서 바깥쪽 주차라인에 버스 뒤꽁무니만 채점기에 인식시켜 삑!하는 소리가 들린 뒤 그대로 스티어링휠을 풀고 나와 우측 깜빡이켜고 종료선에 들어와 90점으로 최종 합격했다.

사실 이때 2분의 시간이 남아있어서 평행주차에 도전해볼 수도 있었지만 빨리 면허증을 발급 받고싶었고 17,000원을 또 내기싫단 생각에 얼른 종료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돈 아껴야지ㅋㅋㅋㅋ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점수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같은 방법으로 합격한다.

 

면허를 따는데 걸린 시간만 본다면 대략 40일 정도지만 사이사이 텀이 길어서 오래걸린 것처럼 보인다.

신체검사+6번의 시험+면허발급비로 총 115,500원을 썼고, 왔다갔다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13만원 넘게쓴 듯 하다.

그래도 학원보다 훨씬 이득이란 걸 다시 한번 더 알 수 있다!!

 

어찌됐든 앞으로 남은 과제는 팔굽혀펴기 연습을 많이 해서 특기의경으로 합격하는 일!

필자는 평소에 운동을 잘 안해서 기초체력이 많이 부족하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늘었지만 아직 많이 멀었다.

사실 내일 체력시험을 치르는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 할 것같다. 그 때는 2배수로 선발하기에 경쟁률은 낮을수도?

 

그냥 신교통 의정부경전철 처음 타러 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겠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타게되면 같은 고무차륜 주행방식인 부산4호선과 비교 포스팅을 써볼까 한다.

의경합격 글을 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안되면 내년에 육군가야죠..TT